오랜만에 영화같은 영화를 보았다.
그래. 자고로 영화라면 이런 느낌 정도는 있어야지.
베킨세일누님 때문에 보게 된 영화지만, 의외의 수확이다.
역시 베킨세일은 액션보단 드라마나 멜로가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영화는 노년의 아버지 일상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는 자식들을 모두 키워 타지로 보내고, 건강상의 이유로 직업을 그만둔 아버지이다.
그는 자식들과 함께 자신의 식탁에 모두 앉기를 원했지만,
자식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로 깜짝여행을 떠난 아버지.
그러나 자식들을 만나 그가 느낀것은,
환대속에 감춰진 숨은 진실이었다.
자식들이 자신에게는 진실을 감추려 하는것이다.
대사중에 이런말이 있다.
"엄마는 말을 잘 들어주셨고,
아빠는 말씀을 많이 하셨죠."
"엄마와 대화하기가 더 편했어요"
공감가는 대사다.
나역시 그랬으니까.
물론 우리 아부지가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하신건 아니다.
저 대사의 뜻은 꾸중과 잔소리가 많았다는 뜻일게다.
왠지 모르게 공감가는 대사였다.
아버지와는 대화하기가 무서웠으니까.
성장하면서 모인 그런 감정들이,
이윽고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실패와 못난 부분을 항상 완벽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에게 감추게 된다.
이부분 역시도 공감가는 부분 아닌가.
무슨 이유에서든,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며,
좋게 포장하고 나쁜점은 감추고.
누구나 해봤을것이다.
스스로에게 선의의 거짓말이라 각인시키며, 스스로를 정당화 시키면서.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셨을까.
다만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위치의 언어와 행동의 차이였을뿐,
그 마음은 똑같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본다.
어릴적 배불뚝이 나의 모니터가 고장난적이 있다.
난 컴퓨터가 너무도 하고 싶었다.
지금이야 스스로 고칠수도 있고, 당시 수리비였던 5만원 정도도 스스로 해결할수 있다.
하지만 그때 난 학생이었다.
당연히 5만원은 큰돈이었고
짧은인생 모아둔 용기를 짜내고 짜내서 아부지한테 겨우 말을 꺼냈다.
"아빠. 모니터가 고장났는데 수리비가 5만원이예요."
"어쩌라고."
이러곤 아빠는 방을 나가 버렸다.
지금은 글 쓰며 웃음이 터지지만, 그당시 난 심장이 졸여서 말라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밤새 택시운전을 하시고 들어오신 아버지는 나에게 말없이 5만원을 던져주셨다.
그래. 사정의 문제고, 표현의 차이지. 행동의 차이이고.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원하는 걸 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세상은 바뀌었고 사람도 바뀌었다.
과거의 잣대를 들고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겨누는것은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살아온 어르신들에게 바뀌기를 원하는것 또한 소용이 없다.
서로가 얼마나 포용하고 이해하냐의 문제다.
그러기에 대화가 필요한 것이고.
지금 어머니와 얼마나 짧고 짧은 대화를 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에 부끄러워진다.
영화에서 표현하려 하듯이,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신념은 과감히 버릴수 있는 사람들이 부모다.
부모가 살아있을때 잘하란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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