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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uter/Story

단지 흰색 키보드가 쓰고 싶었을 뿐이었다.

by JHoo. 2012. 2. 2.

 

 

옛날 컴퓨터 본체나 모니터,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대부분의 것들은 흰색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누런색에 가까운 흰색. 옅은 아이보리 정도 됐겠다.

어느때 부터인가 PC시장의 컬러 트렌드는 블랙으로 바뀌어 갔고,

어느 순간 부터인가 내 책상위의 모든 컴퓨터 관련한 기기들은 죄다 검은색으로 구성되어 갔다.

아 기쁘고도 기뻣던 2008년 09월 11일.

영광스런 나의 전역날이다 ㅋㅋㅋ

전역과 동시에 난 용산에 들러 흰색 키보드를 하나 구매해 그녀석과 함께 귀향 KTX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나와 함께 부산땅을 밟았던 그녀석은 제법 오랜 시간동안 나의 책상위에서 내 손길을 받았었다.

그러다가 큰누나에게 납치를 당했고, 그렇게 그녀석은 큰누나의 신혼집으로 까지 끌려가게 되었다.

그 후 몇일 지나지 않아 돌아왔었던 그녀석은 ASDF JKL; 이쪽 라인의 한줄을 제외하곤 그 어떤 키도 먹지 않는

희귀병을 안고서 돌아왔다...ㅠ.ㅠ

그때 나는 동일 모델의 깜장 녀석을 쓰고 있었다.

난 흰색을 다시 사고 싶었지만, 어느새 흰색은 단종되어 버려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케이스만 바꿔서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방 한쪽에 잘 모셔두지는 않았고 그냥 방치했었다.

12년 01월의 마지막날 밤.

느닷없이 매우 갑자기 흰색 키보드를 두들기고 싶었다..

 


큰누나가 내 레클루사와 바꿔치기 해간 녀석을 해부했다.

난 단지 키보드의 패턴만 바꾸면 될줄 알았다.

 


그런데 난 왜 이 야밤에 키캡을 뜯는 전사가 되어 있었나....

 

 


패턴을 빼낼수가 없었다.

키보드의 하판과 상판이 저렇게 뺄수 없는 구조이다.

저걸 열어 패턴을 꺼낼수는 있어도 다시 넣고 닫아서 고정시킬수가 음따~

 


고민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흰색 키보드와 흑색 키보드의 키캡을 모조리 뽑아서 옮기기로 결정했다.

난 의지의 한국인 이니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흰색 키캡들.

물티슈로 닦았다.

110여개 가량의 키캡을 모두 닦았다.

난 의지의 한국인 이니까.

 


빼고 닦고 빼고 닦고.

 


닦은건 꽂아주고.

 



 


빼고 닦고 꼽고 빼고 닦고 꼽고 즐기고.

 


또 빼고 닦고 꼽고 빼고 닦고 꼽고 즐기고~

 


 


 


 


 


역시 난 의지의 한국인 칭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흰색 키캡에 검은색 케이스를 꽂아본다.

나름 봐줄만 하네~

 


하지만 역시 진리는 화이트.

 


 

 


키보드 빼곤 죄다 끄믄색.

이제 서서히 흰색 톤으로 다시 돌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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