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컴퓨터 본체나 모니터,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대부분의 것들은 흰색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누런색에 가까운 흰색. 옅은 아이보리 정도 됐겠다.
어느때 부터인가 PC시장의 컬러 트렌드는 블랙으로 바뀌어 갔고,
어느 순간 부터인가 내 책상위의 모든 컴퓨터 관련한 기기들은 죄다 검은색으로 구성되어 갔다.
아 기쁘고도 기뻣던 2008년 09월 11일.
영광스런 나의 전역날이다 ㅋㅋㅋ
전역과 동시에 난 용산에 들러 흰색 키보드를 하나 구매해 그녀석과 함께 귀향 KTX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나와 함께 부산땅을 밟았던 그녀석은 제법 오랜 시간동안 나의 책상위에서 내 손길을 받았었다.
그러다가 큰누나에게 납치를 당했고, 그렇게 그녀석은 큰누나의 신혼집으로 까지 끌려가게 되었다.
그 후 몇일 지나지 않아 돌아왔었던 그녀석은 ASDF JKL; 이쪽 라인의 한줄을 제외하곤 그 어떤 키도 먹지 않는
희귀병을 안고서 돌아왔다...ㅠ.ㅠ
그때 나는 동일 모델의 깜장 녀석을 쓰고 있었다.
난 흰색을 다시 사고 싶었지만, 어느새 흰색은 단종되어 버려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케이스만 바꿔서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방 한쪽에 잘 모셔두지는 않았고 그냥 방치했었다.
12년 01월의 마지막날 밤.
느닷없이 매우 갑자기 흰색 키보드를 두들기고 싶었다..
큰누나가 내 레클루사와 바꿔치기 해간 녀석을 해부했다.
난 단지 키보드의 패턴만 바꾸면 될줄 알았다.
그런데 난 왜 이 야밤에 키캡을 뜯는 전사가 되어 있었나....
패턴을 빼낼수가 없었다.
키보드의 하판과 상판이 저렇게 뺄수 없는 구조이다.
저걸 열어 패턴을 꺼낼수는 있어도 다시 넣고 닫아서 고정시킬수가 음따~
고민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흰색 키보드와 흑색 키보드의 키캡을 모조리 뽑아서 옮기기로 결정했다.
난 의지의 한국인 이니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흰색 키캡들.
물티슈로 닦았다.
110여개 가량의 키캡을 모두 닦았다.
난 의지의 한국인 이니까.
빼고 닦고 빼고 닦고.
닦은건 꽂아주고.
빼고 닦고 꼽고 빼고 닦고 꼽고 즐기고.
또 빼고 닦고 꼽고 빼고 닦고 꼽고 즐기고~
역시 난 의지의 한국인 칭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흰색 키캡에 검은색 케이스를 꽂아본다.
나름 봐줄만 하네~
하지만 역시 진리는 화이트.
키보드 빼곤 죄다 끄믄색.
이제 서서히 흰색 톤으로 다시 돌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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