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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야 Story/Diary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

by JHoo. 2010. 11. 29.

11월 27일.

친구 몇명과 만든 조촐한 곗날이다.

아쥬 조촐하게 내 생일 파티도 겸한 곗날이었다.

내가 쏘는 날이었고, 이놈들 작정하고 나왔는지 난 최대한 젓가락질을 아꼇지만,

1차 도네누에서 12만원을 훌쩍 넘겨버린 금액이 나왔다.

훗.....

짐승같은 쟈식들..-_-

잠시 편의점과 진역을 배회하다 2차로 간곳은 즐겨찾기.

즐이라 부르는 술집이다.


1차때 마신 식초가 포함된 생일주의 힘이 불끈 솟아 올라, 난 영자와 언쟁을 시작했고,

나머지 애들에게 서로 욕먹으며 언쟁을 마쳤다.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다음날.

6시가 조금 넘어 눈을 떳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변기가 보고 싶어 질려 한다.

뼈속까지 스며드는 추위와 속에서 요동치는 소주와 식초들.

두통은 덤으로.

빌어머글 지날같은 회사를 가야했다.

어찌 씻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벽 2시까지 마신 술은 역시나 고령화된 내 몸이 감당하긴 힘들었나보다.

씻고 정신을 차려보니 변기앞에 쭈구리고 앉아 졸고 있는 날 발견하게 되었다.

"허허허."

차라리 속을 비웠으면 더 좋았으련만.

예전 안주 없이 술마시다 술마시면 올려 대는 버릇을 고치고자 힘들게 고친 버릇이

가끔은 그리울때가 있다.


그렇게 진정되지 않는 속에 울 어무이가 잔소리와 함께 정성껏 버무리신 따스한 꿀물 한잔을 들이붓고서

그래도 먹고 살꺼라고 도시락까지 챙겨들고서 난 집을 나섰다.

하아...

분명 이건 음주측정하면 취소될만큼의 혈중 알콜 농도임을 난 직감했다.

도로가 울렁거렸다.

훗..

그쯤은 나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뻥뚫린 도시고속도로를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으로 130까지 땡겨버렸다.

달리다 보니 사람들이 이렇게 죽는구나 싶어 오른발에서 힘을 뺏다.

목숨걸고 출근을 했다.

해장용 컵라면을 사들고 사무실로 들어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얼라리요.."

분명 있어야 할것이 없다.

11월 5일에 자랑스럽게 3개월 무이자 할부로 긁어버린 164.000원 짜리 전자담배.....

이놈이 사라졌다....

미칠듯한 숙취 두통을 잠시 잊을만큼 난 멍해졌다.

아직 첫달 할부도 들어가지 않은 쟈식을...즐에다가 놓고 온것이다.

친구놈에게 연락해서 물어봤지만 다들 안챙겼대.

하하하 젠장...-_-

요즘들어 일들이 오지게 꼬임을 느낀다.

친구에게 저녁에 술집 문 열면 한번 가보라 시켰지만, 밤 11시 30분까지 연락 안되던 개노무 싣키.

5% 미만으로 떨어진 신뢰도를 느끼며 잠이 들었고, 아침에 눈을 떳을 때 바라본 문자엔

"없단다.. 택시에 두고 내린거 아니가"

눈뜨자 마자 다시 기절하고 싶었다.

그렇게 힘겨운 당직을 마치고 집에 왔더니,

동구청에서 무상으로 지붕 수리를 해준답시고 우리집 지붕을 죄다 뜯고 있다.

중요한건 지붕만 뜯어놓고 안덮어주고 내일 오겠다며 그냥 갔다는거... -_-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섰다.

즐로 향했다.

"엊그제 여기 전자담배 하나 떨어진거 없던가요?"

"ㅇ ㅏ ~ 이거 맞죠?"

주인 아가씬지 종업원 아가씬지 방긋 웃으며 건네 주더라.

감격스러워 끌어 안을뻔했네.

그렇게 잃어버린 전자 담배를 손에 다시 넣고서 집밑으로 와 주차를 했다.

집에 올라 갈려다가 며칠전 내린 황사비에 지저분해 보이는 앞 유리창을 닦기로 했다.

닦고 있는데 버스가 올라간다.

내가 주차하는곳은 52번 버스 종점이 올라가는 길목이다.

유리창을 다 닦고 내려오는데 아까 올라갔던 버스가 종점에서 돌아와 내려오다 내옆에 섰다.

앞문이 열리더니 버스 기사님이 내게 말을 건다.

기사님 : "좀 전에 차 닦았죠?"

나 : "네."

기사님 : "아저씨 차예요?"

나 : "네 제차예요. 왜 그러세요?"

기사님 : " 위에서 지금 주차단속하면서 내려오고 있어요"

나 : "헉 지금요?"

기사님 : " 위에서 부터 쭉 내려오고 있으니까 차 옮겨요"

나 : "ㅇ ㅏ 예~ 감사합니다 (꾸벅)"

물론, 그 기사님과는 초면이고 난 버스를 잘 타고 다니지 않는다.


하~ 이 얼마나 알흠다운 세상인가.

돈10만원 넘어가는 물건을 놔두고 가도 맡아놔주시고,

그냥 지나쳐도 본인에게 아무런 득도 실도 없는 상황에서

타인이 딱지 끈기지 마라고 가던길 멈춰 알려주시고.


이런 작은 일들 하나 하나로 아직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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