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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나는 가수다를 보고나서.

by JHoo. 2011. 3. 25.


먼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분명 기획의도는 좋았으나 감성적인 부분이 결정에 이입되면서 프로그램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쉽게 볼수 있는 나는 가수다의 기사를 보고 난 뒤 나는 가수다 1.2.3 회를 연달아 보았다.

난 원래 TV를 잘 보지 않는다.

내가 보던 예능 프로그램은 1박 2일이 유일했지만, MC몽의 군입대 관련 사건이 터지고 난 뒤로

1박 2일을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도 나가수 프로그램의 폐지 논란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노래 듣는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오늘 접해본 나가수는 보는 내도록

소름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이었다.

거기에다 출연자도 내가 좋아하는 백지영과 박정현이 출현했고, 그들이 부르는 색다른 노래를 듣는것이 좋았다.

그리고 얼굴조차 모르고 있었던 정엽의 목소리와 창법은 참으로 인상깊었다.

또한 노래 실력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었던 YB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고,

김범수와 이소라, 김건모 모든 출연 가수들이 훌륭한 실력을 뽐내어

기획의도 대로만 되었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문제가 된것은 첫번째 탈락자 발표때 부터다.

국민가수로 칭송받는 김건모가 첫번째 탈락자로 선정되면서 스튜디오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을것이다. 국민가수로 불리우는 김건모가 첫번째 탈락자가 되는 그 상황을.

모두가 충격에 빠지면서 프로였던 그들이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판단력이 흐려졌고, 주변의 분위기에 발이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엔 500인의 청중의 의견을 무시한 채, 결과 번복의 사태까지 가버렸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몇가지 간과할 수 없는 판단미스가 존재했다.

첫째로 출연진이 탈락자 발표 순간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망각한 것이다.

사전에 여러번 제작진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이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며,

탈락자는 실력이 부족한것이 아닌 또 다른 가수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양보하는 것이라고.

그게 20년 경력을 가진 대 선배의 탈락일지라도 망각해선 안될 규칙이었다.


둘째로 감정에 휩쓸린 출연자들에게 연출자마저 흔들린 것이다.

방송계의 일을 잘 모르지만 연출자는 한 프로그램의 중심축이 아닌가 싶다.

물론 시청자들에겐 출연하는 연예인이 중심일지 몰라도 그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방송에 나가기 전까진

연출자가 수장이 아니던가.

그 연출자가 자신의 기획의도를 잠시나마 접어버린것이다.

뒷일에 대한 생각을 너무 짧게 하신것 같다.

한번의 재도전 기회를 준다고 함은, 이후 가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제공이라는 빌미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초기에 수립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전면 수정이 되어야 되는 판인데도 말이다.

연출자가 그 중요한 순간에 출연 가수들에게 선택권이라는 것을 주며 덤으로 책임까지 떠넘겼다.

출연진들이 동요할 때 중심을 잡아주었어야 했다.

그 상황에서 김건모의 재도전 의사에 모두 찬성하냐고 물으면 반대하고 싶어도 반대한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나.

나 같아도 상황에 묻어갔을 것이다.

결정타로 연출자는 김건모에게까지 선택권을 넘겼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본질이 흐틀어진 순간이었다.


셋째로 특정 출연자의 잘못을 따질 필요가 있다.

사람은 여러 분류가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 마음이 여린사람,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짓는 사람, 성격이 급한 사람, 성격이 온순한 사람 등등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성격 또한 모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옹호를 하든 어째뜬,

난 이소라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가수에서 느낀 이소라의 성격은 완벽을 추구하고 무대에서 가장 잘 할수 있는걸 알면서도 심장의 두근거림이

나에게 느껴질만큼 많이 긴장하는 그런 여리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자신의 민감한 감정은 감정이고, 투표 결과는 투표 결과일 뿐이다.


이소라는 애시당초 500인의 청중이 노래를 듣고서 투표하는 방식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1편에서 MC의 자격으로 청중들에게 그렇게도 표를 구애한것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자기는 준비가 안됐는데 방송하고 난리냐며,

편집해 달라고 할꺼라며 녹화도중 스튜디오를 나가버리는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

누군가는 상황을 수습하려 한 박명수에게 던진 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소라는 김건모가 결과를 수용하고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도중에 그런말을 했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7등해서 방송 못하겠다고.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와 500인의 평가단을 한순간에 잉여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나.

그런 말을 한 이소라보다 더 잘못한 사람은 그걸 편집하지 않고 그냥 방송에 내보낸 담당자다.

리얼리티를 위한다고 그랬겠지만, 재도전을 김건모가 받아들인 순간 그 부분은 편집해야 될 부분 1순위가 아닌가.


슬픔의 표현이 지나쳤다.

김건모를 좋아하는 그 누구라도 그 상황이 슬프겠지만, 프로답지 못한 이기적인 행동이었음은 분명하다.

내 생각으론 김건모가 불렀던 립스틱 짙게 바르고는 원곡과 편곡의 차이가 거의 없는 부분이 탈락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길거리 카페에서 즉석 공연하는 기분으로 부르겠다고 했지만,

이번 미션은 자신이 뽑은 곡을 자신의 색깔에 맞게 편곡하여 부르는 미션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길거리 카페에서 부르는 노래가 김건모의 색깔과 어울린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석한 평가단이 과연 몇이나 되었을까.

설사 립스틱 바르는 퍼포먼스로 평가단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한들,

화려한 퍼포먼스로 평가단에게 분명 좋은 인상을 남겼을 윤도현이 있기에 그 또한 변명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재도전을 언급한 김제동.

결과에 승복해 깔끔하게 퇴장하지 못한채, 남겨진 여운 때문에 재도전 기회를 받아들인 김건모.

그리고 보여주지 않아도 될 장면들을 너무 많이 보여줘버린 편집부.


이번 나가수의 논란은 특정 한사람의 잘못이 아닌 여러사람의 작은 잘못 하나하나가 모여

프로그램 폐지까지 언급되는 상황까지 온것같다.

출연한 가수들과 시청자만 이래저래 많은 피해를 본다.

이 상황에서 PD교체후 프로그램이 녹화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전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출연 가수들이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러 나갈수 있을지 궁금하다.


문제의 해결 방법은 의외로 심플할 수 도 있다.

문제가 된 시점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것 아닌가.

PD교체니 결방이니, 김건모 자진 하차니 뭐니 다 필요없이 

원래 PD와 가수, 매니저들 단체로 사과한번 깔끔하게 하고 종전의 기획의도대로,

청중의 투표 결과에 따라 김건모는 탈락자로 떠나면 되고,

빛을 보지 못한 또 다른 가수가 나와서 그 자리를 메꿔 주면 된다.

오랜만에 참 마음에 드는 프로를 만난것 같은데 다시는 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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